머리를 돌에 부딪치는 바람에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나 카타리나 클라에스 공작 영애 8세. 고열에 시달리다, 왕자님의 약혼자로 정해진 직후에 여기가 전생에 하던 여성향 게임의 세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주인공과 공략 대상과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영애가 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주인공이 해피 엔딩을 맞이하면 몸 하나로 국외 추방, 배드 엔드이면 공략 대상에게 살해당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에게 해피 엔드는 없어? 배드 온리인데!? 어떻게든 파멸 엔딩을 회피하고 따뜻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
매우 긴 제목의 라노베 원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만 봐도 대략 어떤 흐름일지 예상이 갈 것 같죠? 바로 그대로의 내용입니다.
주인공은 현대 여고생이 게임 속 악역 영애로 환생한 존재입니다. 게임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녀는 게임의 히로인을 시기하고 괴롭히다가 엔딩에서 국외추방 또는 살해당하고 맙니다.
주인공은 그런 엔딩을 피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만. 스토리를 막상 까뒤집고 보니 엔딩 회피가 너무 쉽습니다.
이야기가 어릴 때 시점부터 진행되는데, 파멸 플래그 분쇄는 이미 마법학교 입학 하기도 전에 다 끝난 상태에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주인공에게 푹 빠져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입학하기 전부터요.
이야기는 초반은 나름 볼만합니다. 플래그 분쇄한답시고 애쓰는 모습이라든지, 솔직한 모습으로 주변인물들의 호감을 얻어나가는 흐름이 나름 괜찮았어요.
하지만, 승리조건이 너무 일찍 달성되었어요. 주변인물들이 전부 주인공을 좋아하는 상태인데다, 게임 히로인 역시 주인공에게 아무런 굴곡없이 반해버립니다.
그래서 이야기에 제대로 된 장애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악역 비슷한 존재가 나타나서 사건을 한번 일으키긴 하는데, 그건 그저 에피소드 수준에 불과하지 메인 갈등이 될 수 없었습니다.
게임 히로인이 사실은 악녀 스타일이었다면? 게임 히로인이 주인공에 대해 착각하고 적대하였다면? 게임 히로인과 주인공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자 캐릭터가 있었다면?
뭐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되는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나마 주인공의 당차고 씩씩한 모습이 잘 묘사된 것은 좋았다고 하겠습니다.
게임 엔딩이 너무 빨리 나와버려 게임 구매를 후회하는 게이머의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