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빛의 애니, 웹소설



사회에서 조금 낙오해버린 27살 청년이, 10년 젊어져서 고교 생활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시간을 되감는 건 아니고, 특수한 약을 먹고 임상실험 같은 것에 임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어떻게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양판소같은 스토리 같기도 하다는 첫인상이 있었다.


특히 '리라이프'라는 기업 설정에 대한 인상은 최악이었는데, 왜냐하면 개연성상 많이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피험자들을 갱생시켜주기 위해서 젊어지는 약을 먹이고 학교에 다시 보낸다고? 왜???

도대체 어떤 숨은 음모 설정을 집어넣어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좀처럼 상상이 안간다.


리라이프 연구소. 작중에서는 일반 기업처럼 번듯한 건물과 각종 부서도 갖추어진 완전한 회사로 나온다.




젊어지는 약을 개발한다면 당연히 불법적인 임상실험을 거쳐 돈과 권력을 가진자들에게 바로 흘러가는 것이 당연할 텐데 말이다. 왜 낙오자들의 갱생을 위해, 그것도 굳이 '젊어지는 체험을 통해서 갱생시키는' 수단을 취했을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은 갖가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하필이면 '최첨단의 젊어지는 약을 통해 사춘기를 재경험시킨다' 는 발상은 정말이지 엽기적인 수준의 창의력이 아닐 수가 없다.

왜애?? 왜 이런 짓을?? 기업의 오너가 무지막지한 (그리고 어딘가 맛이 가버린)선인이라서? 글쎄다.


대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설정은 그냥 천사 같은 선의적인 존재를 등장시키는 것이었을 것 같다. 요아케 같은 감시역도 도우미 역의 천사로 대체하면 적절할 것 같고 말이다.


흠.....일단 그런 불만이 들긴 했지만, 또 모르지. 작가가 아주 참신한 뒷설정을 짜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만을 좀 길게 말했지만, 그 외에는 이 작품에 매우 만족했다. 아니, 굳이 젊어지게 안 시키고 평범한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삼았어도 괜찮은 이야기를 뽑아낼 작가였을 것 같다.


컴플렉스가 가득하지만 노력파이고, 솔직하지 못하지만 남을 생각해주는 카리우라는 캐릭터는 매우 역동적이었다. 작중에서 인간 관계의 갈등의 핵이 되어주는 인물인데, 인간적인 면모에서 새어나오는 매력이 상당했다.



이 아이가 메인 히로인이 아니라는 점은.....주인공의 반쯤 부외자적인 포지션에는 의외로 부합하는 듯도.





카리우 말고도 인간관계에 서툴지만 고개돌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히시로도 참 좋은 캐릭터였고.....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청춘의 그릇에 쏟아부어 흔드니 맛깔나게 이야기가 뽑아져 나온다.

주인공은 어딘가 동생들을 돌봐주는 듯한 느낌으로 친구들을 신경써주는데, 묘하게 괜찮은 포지션이라 꽤 멋있었다.


이런 오해 에피소드 같은 것도 재밌었다.





작중에서 계속 강조되는 주제의식은 '지금 밖에 없는 청춘, 부딪혀라!'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다시 좀 비판 모드로 들어가겠다.

위의 주제는 좋고 잘 구현됐다고 생각한다만......근데 사실 주인공의 경우 성격이 원래 좋고 해서 나름 소싯적에 빛나는 청춘시절을 구가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이 겪은 좌절은 그것과는 별개인 사회에서의 문제고 말이다.

사춘기를 다시 한번 체험하는게 왜 사회에서의 좌절의 해결책이 되는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빛나던 시절의 추억'이 힘든 사회를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힐링 받고 다시 출고되는 거임??

아니면 청춘 시절의 마음가짐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그 자세를 사회에서도 잊지 않기 위해?

.....그런데 사실 주인공의 사회에서의 좌절은 딱히 주인공이 사회에 물들었다거나 해서는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은데. 흠흠.


후반부에 주인공이 뛰쳐나온 회사의 후배들이라는 사람들이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이 부분은 좀 심했다. '주인공이 회사를 뛰쳐나온 것이 아무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힘을 얻은 사람도 있다.'는 메세지를 꽤 작위적인 느낌으로 던져주는 씬인 것 같아서 거북했다.  '자신들이 입사하기도 전에 회사에서 자살한 일면식 없는 어느 선배사원의 묘를 기일까지 조사해서 둘이서 개인적으로 성묘를 온다.'라니.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상황 설정인거지?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쩌면 공포감에 소름이 돋았을지도 모르겠다. 얘들 뭐야?



하여튼 청춘 군상극으로서는 매력적인 이야기였지만, '재밌는 소재'를 위해 인위적으로 짜아내 올린 설정들이 나를 납득시키지를 못했다. 



개인 평점 3.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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