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에이티식스- 1기는 공화국이 추구하는 평화라는 이상과, 그 배후에서 희생되는 ‘에이티식스’들의 모순을 담아낸 작품이다. 공화국은 ‘무인 병기’를 사용해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그 병기를 조종하는 에이티식스라 불리는 사람들이 전장에 내몰리고 있다. 레나 소령은 이들이 공화국의 이익을 위해 버려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뜬 인물이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단순히 명령을 내리기보다 이들이 처한 고통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공화국의 허상을 넘어서려 한다.
작품의 중심에 있는 레나와 신은 전혀 다른 위치에서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레나는 공화국의 입장에 반기를 든 소령으로, 전장 속에 버려진 이들에 대해 연민을 품고 그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지만, 신은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 마음을 닫은 채 그저 운명에 몸을 맡기려 한다. 그는 죽어간 전우들을 기억하며 전장에서 묵묵히 싸우고, 이는 레나가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또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견디고자 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나누는 무선 대화는 각자의 고뇌와 인간성을 담아낸 강렬한 장면이기도 하다.
신과 동료들은 매일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가지만, 단순히 생존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전쟁에서 벗어난 자유이다. 작품은 이들 젊은 병사들이 자신의 삶을 바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도 자유라는 가치를 되새기는 장면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전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이 새로운 길을 찾으려 나아가는 모습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시청자에게 과연 이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을지 묻는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려 하는 이들의 연대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다. 에이티식스는 버려진 존재로 취급되지만, 그들은 끝까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며 싸운다. 이는 절망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연대를 보여주며, 각자가 지닌 상처와 고뇌가 작품 속에 깊이 배어 있다.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감상이 힘든 면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다.
희생의 굴레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담아내다.
3.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