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2층. 이곳이 우리가 항상 모이는 장소다. 지금은 수업 중. 당연히 이런 곳에서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나와 시마무라는 친구가 되었다.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끔 탁구를 치거나. 우정이라는 것을 키워 나갔다. 머리를 벽에 기댄 채,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 기분은 뭘까.어제, 시마무라와 키스하는 꿈을 꾸었다. 나는 그런 쪽 성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아마 시마무라도 아닐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런 쪽 사람이 아니다. 단지 시마무라가 친구라는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나를 떠올려 주었으면 한다. 정말 그뿐이다.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두 여고생, 나와 시마무라. 그 관계가 살짝 바뀌는 날.
백합물에서 흔히 예상되는 것은, 여자애들끼리 소박하고 잔잔하게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그런 장면일 것입니다.
이 작품도 약간 그런 느낌이긴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독특함으로서 '일방통행'을 장착했습니다.
한명의 감정은 강하고, 다른 한명의 감정은 맹탕이에요.
아다치는 버려진 강아지 같은 성격입니다.
쉽게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한번 주인을 찾게되면 끝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입니다.
그녀에게 그 주인은 시마무라였어요.
하지만 시마무라의 감정은 아다치의 그것에 전혀 상응하지 못합니다.
작품을 보다보니 계속해서 '울려라 유포니엄'이 떠오르더군요.
유포니엄의 주인공인 쿠미코와 시마무라는 성격적으로 꽤나 닮은 면이 있습니다.
염세적이고, 주변과 적당히 무난하게 지내려고 하고....
시마무라에겐 아다치와의 만남이 그저그런 한 '예시' 중 하나였어요.
시마무라는 아다치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항상 존재합니다.
아다치도 그런걸 내심 느끼면서도, 시마무라를 향한 마음을 견뎌내질 못하죠.
시마무라가 아다치를 '언제나의 예시'가 아닌 새로운 관계유형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주 서서히 일어납니다.
조금씩, 조금씩 달려들어오는 아다치를 받아내는 과정.
그걸 섬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잔잔한 인간&연애드라마였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끝날 때까지도, 명확한 관계변화는 없었다는 점이 좀 아쉬운 부분일까요.
강아지녀와 염세녀의 관계의 간격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