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섬의궤적 1편에 대한 스포일러 대량 함유
마침내 길었던 이야기가 끝이 났다. 2편의 플레이타임은 50시간 정도. 1,2편 합쳐서 100시간이 넘는 대장정이었다.
플레이 전에 2편이 안 좋은 평가를 들어왔던 지라, 걱정이 되었었는데......나는 만족스러웠다.
가장 문제시 되었던 것은 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런 식의 새드 엔딩도 나쁘지 않다. 주인공들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부정해버리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 있는 마무리였지만, 좋은 여운이 남았다.
팔콤이 궤적시리즈를 잇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아무리 후속작들이 나올거라곤 해도, 떡밥들이 영 해소가 안된채로 끝나버린 것은 큰 문제다. 이 정도까지 꾹꾹 감춰두고 넘어가버리면 곤란하다. 섬의 궤적은 적어도 여기서 끝났으니 말이다. 안 풀어진 이야기가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에, 궁금증을 품고 엔딩까지 달려온 유저는 허탈할 수 밖에 없다.
1편에서 뿔뿔이 흩어진 주인공들이 다시 뭉친 뒤, 주인공들은 7반이 정규군에도, 영방군에도 속하지 않은 제 3세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활동한다. 최종적인 목적은 사관학교의 수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말로는 제 3세력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봐도 정규군과 협력하여 영방군과 싸우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비공정 커레이져스도 황자가 준거고, 그 안에 황녀를 태우고 날아다니는데 이게 정규군 아니면 뭔가요? 싸우는 대상도 몬스터 아니면 거의 영방군인데.....
그리고 스토리 구조에서 린과 크로우의 대립을 아주 강조해놓은 것은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 엔딩영상에서까지도 엄청나게 크로우를 부각시켜주는데........너무 억지로 크로우를 이상화시켜놓은게 아닌가 싶다. 막말로 크로우는 재상 암살자에, 주인공들 뒷통수 때린 배신자 밖에 더 되나? 아니 뭐 크로우가 전 여친이라도 되면 몰라, 뭘 그렇게 크로우에 집착하면서 꼭 졸업을 시키겠다니 마니 하는 건가. 재상을 죽인 범죄자를 사관학교에 다시 다니게 한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니?
게다가 재상을 따르던 클레어나 밀리엄이 동료로 있는데 말입니다. 걔들 심정은 신경도 안쓰나? 배신자가 더 중요해? 클레어는 린이 크로우가 어쩌구 나발나발 말할 때마다 주둥이 쳐때리고 싶었을듯.
주인공들의 행동에는 많이 공감 안가는 다른 면들도 있었지만, 크로우에 대한 점만은 정말이지 참기 힘든 부분이었다.
이상이 나의 불만 사항이었다.
전투는 상당히 재밌게 잘 만들어져 있다. 링크 시스템이 1편보다 더욱 발전하여서 열심히 후드려 패는 맛이 나름 살아있다. 폭딜을 넣을 수 있는 오버라이즈 시스템도 전투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신 요소였다.
다만, 밸런스 면에서는 이거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방어를 등한시 하고 모든 능력을 공격에 올인하여서, 재빠르게 적에게 폭딜을 넣어 전투를 빨리 끝내는 스타일을 취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몇몇 사기 쿼츠들이 있어서 그렇다. 데미지를 100프로 이상 증가시켜주는 마스터 쿼츠에, 첫번째 크래프트 or 아츠를 100프로 또 뻥튀기 하는 쿼츠를 달아버리면, 그야말로 선수필승. 첫타에 모조리 나가 떨어진다. 게다가 아츠 같은 경우엔 로스트 아츠라고 하는 괴랄한 위력의 녀석이 생겨버려서, 오버라이즈로 노딜레이 시전을 해버리면 순식간에 보스마저도 쓸려나가 버린다.
사실 나는 이런 먼치킨 전투도 싫진 않다. 거기다 렙업을 별로 안하고 진행했더니 자칫 타이밍을 뺏겨버리면 전멸을 면치 못한다는 나름의 긴장감도 있어서 꽤나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요령만 잡으면 전투가 쉽다고 느껴질 것 같긴하다. 잘만든 전투 시스템인데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난이도를 어려움 이상으로 하기엔 또 무섭고 그렇다ㅋㅋㅋㅋ
토르즈 사관학교 7반이 영웅으로 성장하고, 결국엔 좌절한 이야기. 그와 더불어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제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맛깔났었다.
후속편에서 정반합을 이루어 그랜드 피날레를 보여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