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는 전형적인 이세계 전이, 영지물이라는 구조를 따르며 시작부터 익숙한 클리셰를 따르고 있다. 몰락한 왕국을 되살리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뤄졌고, 그 틀 안에서 전개되는 해결책들은 거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주인공 소마가 마법이나 전투보다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 이 작품의 ‘차별화된 점’이라 하지만, 이 역시 그리 신선하지 않다. 결국 이세계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현실적 요소를 전개하는 데 있어 기대한 깊이나 복잡성은 아쉽게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형적인 작품인만큼, 캐릭터성으로 그 매력을 보충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소마 카즈야를 중심으로 구성된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그들 역시 전형적인 캐릭터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리시아, 아이샤 등은 충직하고 의리가 넘치는 동료들이지만, 그들의 내러티브는 매우 제한적이다. 캐릭터들의 개성과 관계성은 기본적으로 평범하고, 그들이 드러내는 감정선이나 발전도 예측 가능하다. 물론 하렘 설정을 활용하는 방식이 기존보다 다소 현실적인 정치적 맥락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매력을 찾기는 어렵다.
이 작품은 ‘현실적’이라는 요소를 내세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이다. 소마가 내놓는 해결책이나 정책들은 정교함보다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해결책으로 그려져, 깊이감 있는 정치 드라마보다는 얕은 내정물의 느낌을 준다. 작품 내에서 그려지는 정치와 내정 요소들이 마법과 융합되면서 현실적 설정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부분도 있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시도는 있지만, 라이트노벨 특유의 단순함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는 결국 전형적인 이세계물과 영지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안에서 흥미로운 점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다.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내세운 점은 잠시 신선함을 느끼게 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에서 기대 이상의 성취감을 주지 못한다. 비록 ‘현실적’이라는 테마를 설정하였지만, 이는 결국 기존 장르의 피상적인 반복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익숙함을 느끼는 시청자에게는 안락한 즐거움을 주는 한편, 새로운 전개나 깊이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주의 용사의 왕국 재건기'는 전반적으로 범람하는 이세계물 중 하나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그 맛, 기대했던 현실주의는 어디로.
2.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