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절대적인 법칙. 그것은 승부 끝에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것.
우승자는 부와 명예를 손에, 패자는 낙오자로 낙인되어 큰 손실을 맛 본다. 승부가 결정되는데까지의 고요함 속에서 본능은 돋우어지고 욕망은 황홀경에 도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바로 인생의 잔인한 축도다. 사람은 왜 위험을 감수하는 세계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인가? 그 광기의 끝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 도박에 미쳐볼까요."
작품의 배경은 도박이 권장되는 고등학교로서, 도박에 따라 사람의 계급까지도 결정되는 곳이다.
조금 비현실적인 배경이긴 하다. 뭐 법적인 문제 같은 건 전혀 없다거나, 아니면 덮을 수 있는 충분한 권력이 뒷받침 된다는 설정이 당연히 베이스일 거라고 짐작된다.
가축이니까 옷 벗으라는 소리가 불쑥 나온다.
도박을 통해 빚쟁이가 되는 순간 '가축'으로 강등되는데, 가축은 일반학생에게 복종해야 한댄다. 가축에 대한 이지메는 기본인데다, 4화쯤의 분위기를 봐서는 가축이 된 자를 맘대로 강간해도 되는 정도의 취급같아 보인다. 빚쟁이들에 대해서 강제적인 인생계획을 세우고 결혼까지 자기들 마음대로 시키겠다는 학생회 꼴을 봐서는 정말 막나가는 학교인 것 같다.
그런데 저 정도라고 하면 인간의 본성을 고려할때 학교가 훠~~얼씬 소돔과 고모라 상태여야 했을 거 같은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학생들이 남아있는 마지막 양심을 발휘해서 이지메 정도에서 그쳐주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과격한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일반적인 제도를 무너뜨려 놓았지만, 그에 따른 혼란까지는 제대로 묘사하진 않은 것 같다.
"훗....이 정도로 그쳐주도록 하지."
보아하니 경찰도 개입 못하는 상태인 것 같은데 학생회가 완전히 자치하고 있는 상태인 듯 하다. 학생회가 10만엔씩이나 상납금도 걷는거보면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것 같다. 6화쯤의 미친년 말에 따르면 사람 시체가 생겨도 무마할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오버스런 설정 아닌가? 누가 저 학교 가고 싶겠어...
뭐 이런 건 배경의 세부 사항에 대한 거슬림일 뿐이고, 그만 신경쓰고 작품의 메인 재미인 '극단적 도박 상황'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한 감상 태도일 것이다.
돈, 지위, 어떤 경우는 인생 전체까지. 갖가지 것을 걸다보니 작품 내 도박판에는 사기가 판친다. 여주인공은 그런 상황에서도 사기를 뚫어내거나 역이용해서 승리를 쟁취한다. 매우 넓은 시야와 상상력, 판단력, 암기력을 갖춘 도박 마스터 먼치킨 캐릭터라고 하겠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을 뒤짚어 엎어서 눌러버리는 짜릿함이 상당하다.
광기를 드러내며 상대방을 압도해버린다.
그렇지만, 뒤로 갈수록 심리적 블러프 전술 같은 것은 있지만 최종적으로 운에 맡겨버리는 전개로 흘러가는 건 별로였다. 그렇게 운에 맡겨 놓고서는, 입으로 야부리 털면서 '불합리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야 말로 도박의 진정한 뭐시기"라는 둥 떠들어대지만, 두뇌게임 도박을 기대하던 입장에서는 흥미가 저하될 수 밖에 없었다.
아.....네.....
위의 점과 연계되는 부분인데, 이 작품의 인물상 묘사는 좀 별로였다.
도박에 미친다는 것은 '우연'에 의한 '큰 이득'에서 오는 것이 기본 뼈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초연한 듯한 모습으로 먼치킨화 시키다 보니, '보상'에 대한 간절함이 없이 도박 자체를 즐기는 무언가 가공적인 괴물이 되어버리고만 것이다. 과장된 표현을 통해 그런 느낌은 더욱 극대화된다. 유메미 같은 경우에는 승부가 어찌되든 간에 부조리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갬블 그 자체가 좋다는데.....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도박에 미쳤다라기보다, 그냥 미친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미친 것이 과해서 불쾌했던 이키시마
개인 평점 2.5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