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권 표지의 '울고있는 요정병'이 작품 테마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종말에 뭐하세요? 바쁘세요? 구해주실 수 있나요? - 2017년 2분기 애니메이션
‘인간’은 규격 외의 ‘짐승’에게 유린되어 멸망했다.
단 한 사람, 수백 년의 잠에서 깨어난 청년 빌렘을 제외하고.
인간을 대신해 짐승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더그 웨폰(카리용)〉과 그것을 다루는 요정병뿐.
싸움 후, 〈더그 웨폰〉은 다시 이용할 수 있지만 힘을 다 쓴 요정병들은 죽어 간다.
“적어도 사라지고 싶지는 않잖아. 누군가가 기억해 주길 바라잖아. 이어져 있었으면 좋겠잖아.”
죽어 갈 운명에 있는 소녀 요정들과 청년 교관의 덧없고도 빛나는 나날.
제목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작품이었다.
일단 시작은 보이미츠걸이다.
소녀의 위험을 간단히 구해주는 것에서 시작해
마을을 함께 돌아보고 나서, 즐거운 시간은 한때로 끝나는 듯 했지만
빌렘이 부임해온 요정병 관리 창고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크툴리는 설레서 가슴이 콩닥콩닥하지만
빌렘은 다른 침착계 미소녀와 친밀하게 지내는 등 좀체 돌아봐주질 않는다.
그런데 기본 설정에 대한 가벼운 태클부터 걸고 싶다.
괴수에 대한 유일한 대비책으로서 세계의 존망을 걸고 싸우는 요정병기와 더그웨폰들인데, 그에 대한 관리가 너무 허술한거 아닌가 싶었다.
최고급의 병력으로 철통 감시해도 모자랄 판에, 관리인으로 민간인 1명+출신 성분도 문제가 많은 남주만을 쓴다니?
하다못해 배경설정으로 '그녀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간섭을 최소화 하고 방임해두는 것이 최선이다' 뭐 이런 거라도 집어넣든가. 주인공에게 적합한 상황을 안겨주기 위해서 너무 허술한 설정이 세워진거 아닌가 싶다.
물론 임명한 상부도 몰랐지만, 알고보니 빌렘은 더그 웨폰 조정도 가능한 최고급 인력이었다.
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괴수를 물리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요구받는 요정병. 그 요정병이 사랑에 빠져 그 사랑에 충실하고자 애쓰는 모습은 애절함이 진하게 감돌고 있다.
게다가 점차 자신의 존재조차 희석되어버려 가는 간절한 상황에 대한 감성어린 묘사도 훌륭하다.
그렇게 비어져가는 존재에게 있어 '유일한 가치로서의 사랑'이 잘 묘사되고 있다.
그녀의 머리칼이 붉어지는 만큼, 그녀는 자신을 잃어간다.
그런 크툴리의 중심을 붙잡고 버티도록 해주는 것은 빌렘에 대한 마음이다.
그런데 크툴리가 저렇게 일편단심 어필을 해오는데 주인공 빌렘이 하는 말은 '나도 그렇게 좋아해주는 귀여운 여자애에게 기분이 기울지만, 그 마음을 받아줄수는 없는 일이다.' 랜다.
받아주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설명 안해주는 점이 답답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크....제대로 결정타를 날려주신다.
좋아죽는 크툴리
여기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이다.
이후로는 참 슬프고 암담한 전개가 되어버린다.
새드 엔딩일수록 가슴에 깊게 자국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렇게 끝을 내버린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는 새드엔딩도 좋아하는 편이라 여운이 남아서 만족스러웠다.
개인 평점 4.0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