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모노가타리 시리즈 리뷰-
길고 긴 시리즈를 다 보느라 꽤 고생했다.
이번 1분기에도 신작 츠키모노가타리가 나온 모양인데, 일단 여기서는 바케모노가타리부터 세컨드 시즌까지 다 본 감상을 적도록 하겠다.
모노가타리 시리즈는 타 작품들과 매우 구별되는 독특한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해준다. 이는 원작자 니시오 이신의 개성이 작품에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꽤나 극명하게 나뉘는 편이다.
그 특성들을 최대한 간소화 하여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 같다.
1. 상당히 늘어지는 만연체 서술과 대화들. 좋게보면 문학적, 나쁘게 보면 심한 중2.
2. 위 특성에 따라 자연히 따라오는, 정적인 컷들과 연출들. 그리고 화면에 문장을 열거시키는 표현.
3. 각자 어딘가가 과잉이거나 결여된, 꽤나 극단적인 캐릭터성. 그러면서도 확실히 갖추어진 모에성. (또는 아라라기 식으로는 토레.)
4. 등장인물들도 스토리도 배경도, 현실적 감각보다는 기호나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의미성이 강하다.
사실, 위와 같은 특성들 중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선호를 이끌어낼 특성은 3번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도 캐릭터들에 주목하는 감상이 대다수고 말이다.
그리고 또한 사실, 나도 3번만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싶다.
어찌어찌 진 히로인 같은 포지션을 거의 잡아버린 듯한 시노부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러면서도 모노가타리 시리즈를 모노가타리 시리즈 그것으로서 성립하게 해주는 개성은 1~4가 고루 갖춰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기도 하다. 뭔가 빠지면 이 시리즈의 개성, 유니크함이 심하게 저하될 것 같아 아쉬울 것 같고 말이다.
따라서 결국 내가 이 시리즈를 보면서 취한 태도는,
'아 뭐 저리 너절하게 말해. 좀 심하네. 거기다 전개가 적당적당하네. 그래도 뭐 재미는 있네. 캐릭터들도 너무 좋고.'
이 정도 감각이었다. 꿍시렁 거리면서도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할까.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내러티브는 부실하다. 각 에피소드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괴이->퇴치(또는 임시적 해결)의 과정은 시작과 끝이 단순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 역시도 별 다른 것 없이 부실하다.
부실한 흐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길고 긴 독백 또는 대화들. 농담따먹기.
그것들은 일견 '뭔가 있어' 보이면서도 사실은 공허한 말 장난들이다. 중언부언은 어찌나 많은지. 나는 개인적으로 이것은 분명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간단하고 부실한 이야기들이,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은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의 입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츠바사 타이거 에피소드에서, 하네카와가 희고 흰 자신을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 진화(어쩌면 또는 퇴화)하는 것은 꽤나 인상 깊은 모습이었다. 츠바사 타이거 에피소드는 모조리 하네카와의 성장을 위한 합주곡이었다.
모노가타리는 캐릭터로 시작해서 캐릭터로 끝난다. 이야기는 그것을 위해 봉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도도한 츤데레의 극단을 보여주는 센죠가하라였는데-
작화, 성격, 성우 모두 좋았지만....
그렇기에 코이모노가타리의 스토리는 최악이었다. 오프닝부터 불길한 예감을 팍팍 던져주시더니 역시나라고 해야할까.....시청자들 사이에 ntr 스토리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데, 나는 적어도 작가는 ntr적 뉘앙스를 풍기려는 의도를 100퍼센트 가지고 썼다고 본다. 의도한게 아닐 수가 없다고 생각된다. 만약 이게 모노가타리 연작이 아니라 아예 독립적인 다른 작품이었다면, 아라라기에게 감정이입되지 않은 독자들이 센죠가하라와 카이키 간의 감정흐름을 재미있게 봤겠지만.......카이키의 입장에 나름 동조할 수도 있었겠지만......모노가타리 시리즈에서 그래서는 안됐다. 그것은 아라라기와 함께 여기까지 함께 온 독자들에게는 뼈아팠다고 해야할 것 같다.
작가 미치셨나? 센죠가하라가 자발적으로 섹드립하는 것보고 어이상실함. 카이키는 슬쩍 회피하는데 자기가 달려드는 느낌이 계속 있었다.
알타이브 데네브 베타에 대한 배신이었다.
아쉬웠던 캐릭터는 나데코 자신이 말하는 것과 같이 '귀여운 것 말고는 장점이 없는' 나데코였다. 귀엽긴 한데 보고 있자면 속터지고 정말 대책없는 캐릭터라고 해야할 듯. 결국에는 대형 사건까지 치게 되니 말이다. 히로인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점 속에서도 빛나는 장점이 있어야 할 것인데, 나데코는 그것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만엔이면 만나준다요!
불평도 좀 했지만, 이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아내는 작품은 드물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기며 볼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개인 평점 3.5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