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분기 애니메이션 -Re:CREATORS-
인간은 그 손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창조해 왔다.
기쁨, 슬픔, 분노. 감동.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고, 매료했다.
하지만 그것은 방관자로서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에게 '의지'가 있다면,
그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낸 우리는 '신'과 같은 존재일까?
-우리 세계에 변혁을.
-신들의 땅에 제재를.
「Re:CREATORS」
누구나 모두 《창조자》가 된다.
2쿨 22화 분량의 작품이다.
각종 소설, 만화, 게임 등의 등장인물들이 현실로 뛰쳐나와서 세계 멸망을 걸고서 대립하는 이야기다.
일단 소재는 흥미로웠다.
각자의 세계관에 따른 배틀씬이 재밌다.
실제 세계로 끌려나온 등장인물들의 개연성있는 반응들이 잘 갖춰져서 재밌었다.
있을 곳도 없고...
자신의 이야기가 유희거리였다는 것에 대한 시니컬한 반응도.
초반부는 뭔가 몰입이 안되고 애매했었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의 희박한 비중 때문이었다.
이야기의 무게가 피조물들과 창작자 쪽에 실리다 보니, 주인공은 대체 왜 등장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비중이 희박한 느낌이었다.
셀레지아의 창작자인 이 아저씨가 오히려 주인공 같은 느낌.
물론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주인공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서 서서히 괜찮아지지만 초반부에 힘이 빠지는 건 좀 아쉬웠다. 게다가 성격도 너무 소극적이라 별로였다. 계속 소심 답답 찌질한게 꽤 오래 가서 어휴....
솔직히 말해서 주인공이 나올 때마다 왠지 모르게 빡치더라.
답답하게 구는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이긴 했다.
셀레지아는 메인 히로인인것마냥 등장했지만 절대 히로인이 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도 묘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튀어나온 원작 안에 히어로 포지션인 파트너 카론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보이미츠걸의 장면이지만, 걸에게는 임자가 있었습니다.
무기력하고 소심하고 중요도 떨어져보이는 주인공에, 히로인들도 호감이 어느정도 이상 높아지는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주인공이 매우 무력하게 느껴져서, 덩달아 힘이 빠져버렸다.
............
라고, 툴툴거리던 때도 있었습니다.
주인공? 그런 건 필요없었다. 걍 플롯을 위한 도구, 조연1로 취급하면 충분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피조물들이 주인공으로서 활약해주기 때문이었다.
2기의 대다수는 '새장 프로젝트'로 채워져 있는데, 이건 한마디로 말해 크로스오버 대결전 작전이다.
대결전 무대를 만들어서, 모두에게 생중계한다.
어찌보면 슈로대가 떠오르기도 했다. 설정을 서로 엮어서, 모두 힘을 합쳐 악을 물리친다.....
슈로대에서도 플레이어 캐릭터는 이야기의 중심축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재밌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어딘지 설정히 허술한 부분까지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ㅋㅋ
최종보스를 후들겨 패는 중
대결전 파트는 아주 길게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매우 재밌었다.
저마다 주인공으로서의 사명을 짊어진 무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점에 대한 이해 위에서의 결심.
자신의 세계는 결국 주인공인 자신이 구해낼 수 밖에 없다고 다짐하는 것도 멋졌다.
특히 셀레지아의 결의 장면부터 시작해서
알타이르와 세츠나의 이야기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클라이막스 파트는
감정이 찌릿찌릿 요동치도록 해주는 좋은 연출이었다.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무엇보다도 견고한 연결고리가 주는 애상이 작품 전체를 통해 잘 느껴지는 것이 훌륭했다.
아군이든 적이든 말이다.
무적의 그녀도 결국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서 상처입었던 존재일 뿐.
끝까지 주인공 분위기 풍겼던 탈모아재...
흥미로운 소재, 뜨거운 전개, 감동적인 클라이막스까지.
좋았다.
개인 평점 4.0 / 5.0